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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도시 슈리의 거리 걷기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일본의 남쪽, 명나라(현재의 중국)의 동쪽’오키나하’라는 섬에 쇼하시라는 왕에 의해 통일된 류큐왕국이 탄생했다.

이 왕국은 작지만 명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역하여 해외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여 독자적인 문화로 발전, 개화시켰다. 분명 많은 이국인도 왕래하고 있었을 항구도시인 나하와 왕의 거성을 중심으로 발달된 성밖 마을 슈리는 인종도 언어도 각양각색인 국제도시 였을 것 이다.

450년간 이어진 류큐왕국 역대국왕의 거성이었던 슈리성은 2000년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류큐왕국의 구스쿠(성) 및 관련유산군’의 일부로, 2019년10월31일 화재로 세이덴(正殿)이 흔적도 없이 소실되어 오키나와 현민뿐만 아니라 슈리성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긴 역사 속에서 오키나와는 상실과 재건을 반복해 왔는데 지금 막 재건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슈리성과 슈리성을 만들어낸 오키나와 문화를 탐구하기 위해 가이드와 함께 옛 수도 슈리를 둘러보았다.

옛 과 지금 을 느낄 수 있는 슈리성 까지 의 길

이 날은 오키나와 통역안내사협회(Okinawa Interpreter Guide Association:OIGA) 소속 가이드인 마슈 유카리씨를 따라 약 5시간동안 슈리성과 그 주변을 둘러보는 투어에 참여했다

약속장소인 모노레일 슈리역에 도착하자 웃는 얼굴이 멋진 유카리씨가 반겨주었다. 역에서 슈리성까지 약20분정도의 길을 걸으면서, 오키나와의 기후와 교통사정 이외에도 오키나와 전통 건축에 사용되는 ‘붉은 기와’를 현대 건축물에 적용한 대로변 건물과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시원한 음료와 따뜻한 음료를 함께 파는 일본의 자판기등 무심코 지나칠수 있는 장소도 독자적인 시점에서 흥미롭게 소개 해 주었다.

슈리 비누 본점 건물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가면 현대적인 거리에서 고즈넉한 거리로 분위기가 일변한다. 오키나와현립예술대학교를 지나면 주위의 녹음이 짙어지고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제한된 구역이 나온다.

주말의 아침은 인적이 드물고,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과 신선한 공기가 아주 상쾌하다. 바로 왼쪽에 있는 것은 1490년대에 건립되어 오키나와 전쟁 때 파괴된 엔카쿠지(円覚寺) 절터로 풍격을 갖춘 정문은 1968년에 복원되었다. ‘국가 종교로 정해진 불교는 주로 왕가나 슈리의 사족(귀족)들 사이에서는 신앙으로써 받아 들였지만 조상숭배가 일반적이던 서민들 사이에서는 퍼지지 않았다. 다만, 전통 예술 북춤 에이사는 염불춤에서 유래되어 불교의 영향이 남아있다’ 고, 유카리씨가 류큐 신앙과 에이사 유래에 대해 알려주었다.

엔카쿠지(円覚寺) 맞은 편에는 항해안전의 여신을 모시는 벤자이텐도(弁財天堂)가 엔칸치(円鑑池) 가운데 섬에 세워져 있다. 덴뇨바시(天女橋) 를 건너 바로 앞에 있는 벤자이텐도는 평온하고 아늑한 곳으로, 연못 안의 여러마리의 잉어와 그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붉은 얼굴에 흑백 날개를 가진 바리켄(남미 거위)의 한가로운 모습에 마음이 온화해진다.

느긋한 분위기가 감도는 벤자이텐도를 뒤로 하고 정글 같은 숲을 빠져나와 슈리성 정문인 슈레이몬(守礼門)으로 향했다. 이 주변부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부쩍 늘어 마치 꿈에서 깨어 난 듯 하다.

성지, 슈리성

슈레이몬(守礼門)을 통과해 조금 걸으면 왼쪽편에 세계유산’소노햔우타키 석문(園比屋武御嶽石門)’이 있다. 우타키(성지)는 오키나와 신앙의 성역이다. ‘몬(문)’이라고하니 저 건너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지지만 ‘우타키에는 통상 신앙의 대상이 되는 이른바 “신체(神体) “는 없고 “기(気) “로 가득찬 성역으로 석문 건너편에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모셔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석문은 신성한 “기 “가 가득찬 곳을 가리키는 표식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슈리성 안으로 향하면서 문자를 가지기 전에 류큐 사람들이 어떻게 기록을 남겼는지 유카리씨가 손수 제작한 자료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자료에는 안내판이나 가이드북에는 없는 정보가 가득하여 당시 사람들의 생활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류큐에 대해 점점 흥미로워진다.

그리고 성벽 돌담의 특징이나 만들어진 시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에 있는 성과 류큐 구스쿠(성)의 차이점을 자료와 태블릿 화면으로 비교하면서, ‘일본과 유럽의 성은 보통 왕의 거성, 정치를 행하는 장소, 그리고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한 요새였던 것에 비해, 구스쿠는 왕의 거성이자 정치의 중심이었던것 외에도 기도를 위한 장소 였다는 것이 다른 곳과의 큰 차이점 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복잡한 형태를 한 류큐 석회암을 작은 굴곡 도 잘 맞도록 짜임새 있게 쌓아 놓은 것을 눈 앞에서 마주하니 성벽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앞쪽으로 더 걸어가면 오키나와에서 액막이로 잘 알려진 한쌍의 시사와 류큐왕국 시대의 옷차림을 한 남성이 반겨주는 간카이몬(歓会門)을 지나면 다음에 나타난 것은 즈이센몬(瑞泉門)이다. 류큐 구스쿠의 특징인 곡선을 많이 사용한 성벽과 성문으로 이어지는 곡선 계단은 매우 우아하며, 석문 위에 있는 주홍빛 성루가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비친다.

즈이센몬(瑞泉門) 계단 우측 하단에 있는 샘물이 흐르는 류히(龍樋)는 1523년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그 당시 물건 그대로이다. 주변에 세워진 비석은 중국에서 온 책봉사가 샘물의 우수성을 칭찬한 말이라고 한다. 유카리씨의 ‘현대 트립어드바이저의 리뷰와도 같은 것’이라는 농담 섞인 설명에 ‘어느 시대에도 사람이 하는 일은 변함이 없다고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책봉사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화려한 색채의 남국의 성

즈이센몬을 통과해 로코쿠몬(漏刻門)앞까지 가면, 반쯤 타버린 건물이 곧 바로 눈에 들어온다. 뉴스와 영상에서 슈리성 화재는 이미 여러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눈으로 보면 역시 마음이 아프다.

화재를 면한 고후쿠몬(広福門)을 빠져나오면, 시차누우나(下之御庭)라고 불리는 광장이 나온다. 이 날은 정전에 있는 우나(御庭)의 출입이 제한되어 우나의 입구인 호신몬(奉神門) 옆을 지나 ‘이리노아자나’라 불리는 전망대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석회암 벽에 둘러싸인 통로 계단을 올라 서 우나쪽으로 뒤돌아보니 우나(성 안뜰 광장)를 둘러싸고 불탄 세이덴(正殿)과 남전 그리고 북전 잔해의 무참한 모습을 아연히 바라보고 있으니, 주위 방문객들도 낙담하며 탄식했다

유카리씨가 화재 전 빨강, 파랑,녹색,금으로 채색된 화려한 슈리성 안팎의 사진을 담은 도록을 보여주며 ‘장인들은 정전을 칠하는 옻칠의 붉은 색 재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슈리성은 류큐의 찬푸루(믹스) 문화를 상징하며, 우나는 그것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였다고 했다. 세이덴의 선명한 색감과 세이덴 앞에 펼쳐진 우나는 언뜻보기에 중국의 자금성을 연상케 하지만 정전 정면에는 가라하후(唐破風)라는 일본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둥그스름한 지붕 장식으로 되어있어 각각을 융합해 류큐만의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다. 도록을 보면서 안내를 받으니 슈리성 세이덴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 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리노아자나에서 눈 앞에 펼쳐진 슈리와 나하를 바라보며, 넓은 하늘을 떠도는 구름과 수평선에 떠있는 게라마 제도는 분명 류큐 왕들도 보던 변함 없는 경치로 15세기경 번영의 극치를 보였던 대교역 시대의 나하 항구를 여러 나라의 배가 왕래 했을 것 이라고 당시의 광경을 상상해 본다.

약 30년의 세월을 거쳐 복원된 슈리성은 비록 정전은 소실 되었지만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처럼 아름다운 형태의 성벽과 성 주변 건물에서 류큐를 배우고 유구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상상 이상으로 볼거리가 만재한 장소이다.

부쿠부쿠(부글부글) 차를 끓이면 복이 온다.

산책 후 잠깐의 휴식은 이왕이면 슈리성 주변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기고 싶다. 이 날 유카리씨가 데려간 곳은 오키나와 특유의 ‘부쿠부쿠차’를 즐길 수 있는’가리산환(嘉例山房)’이라는 카페로 슈레이몬(守礼門)에서 도보로 약 5분거리에 있다. 부쿠부쿠차는 오랜 옛날부터 차를 즐겼던 방법으로 일본 각지에서 마시던 방법이나 지금은 그렇게 마시는 곳은 극히 적으며, 일부 지역에만 남아있는 진귀한 풍습이라고 한다.

볶은 쌀과 물을 얀바루차라고 불리는 오키나와 본섬 북부얀바루(山原)에서 수확한 녹차나 산핀차(재스민차)를 혼합해 볼 처럼 큰 나무대접에 넣어 길이 20센치 정도의 차선으로 차를 휘저어 거품을 만든다. 그 거품을 다른 찻잔이나 유리컵에 든 차 위에 올려 으깬 땅콩을 토핑하면 부쿠부쿠차가 완성된다. 거품을 만드는데 빠질 수 없는 경수(硬水)는 난조시에 있는 가키노하나의 샘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번 거품을 내면 때로는 1시간 정도 거품이 사라지지 않을때도 있다고 한다. 또, 이곳에서는 손님이 직접 거품을 낼 수 있으며 거품이 나기 시작하면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부쿠부쿠차는 일본 다도처럼 만드는 방법이 엄격하지 않아 누구든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이날 주문한 따뜻한 산핀차와 차가운 월도차 위에 솜사탕처럼 폭신폭신한 거품을 얹어, 흑설탕 땅콩을 토핑한 거품을 먹고 그 거품 사이로 차를 홀짝이며 즐겼다.

가리산환에서 부쿠부쿠차를 주문하면 수제 친스코 또는 오키나와식 크레이프인 친빙 그리고 시콰사 젤리에 계절 과일 모둠이 함께 나와 차와 디저트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일본어 한자로 행운을 부르는 차라고 하는 ‘부쿠부쿠(福々)차’로 표기할 수 있는 부쿠부쿠차는 전쟁 이전에는 먼 길을 떠나는 축하와 항해 안전을 기원하며 마셨다고 하니, 여행의 안전과 추억을 기원하며 짠!

전통과 모던을 융합시킨 두부가게

식사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유카리씨가 추천하는 장소 중에 하나가 ‘두부가게 Beans’다. 오키나와 에는 맛이 진하고 살짝 짠맛이 나는 시마도후(섬 두부) 라는 조금 단단한 두부가 있다. 시마도후는 일본 본토 두부와 만드는 방법이 다르며 보다 많은 단백질이 들어있다.

Beans는 슈리의 류탄(龍潭) 도로변에 있는 전통과 모던함이 “찬푸루”하는(섞여 있는) 두부요리 레스토랑으로, 그 날 아침 가게에서 직접 만든 ‘유시도후'(순두부)를 베이스로 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유시도후란, 틀에 넣어 굳히기 전의 부드러운 두부로 오키나와 요리의 단골메뉴다. 이 가게에서는 기본적인 유시도후를 비롯해 매콤한 ‘마파 유시도후’, 유카리씨의 추천 메뉴인 ‘토마토 치즈 유시도후’, 해산물의 맛이 가득한 ‘해산물 토마토 유시도후’, 채소가 듬뿍 들어간 ‘팔보두부’ 등 단품은 500엔~700엔, 정식은 600엔~850엔으로 가격도 적당하다.

가게 안은 아담하고 아늑했다. 주문한 정식은 김이 나는 뜨거운 순두부 요리와 다양한 색상의 다섯 종류의 전채요리 그리고 밥이 함께 나왔다. 해산물 토마토 유시도후는 짠맛은 덜하지만, 해산물 맛이 제대로 우려져 나와 토마토 스프와 부드러운 유시도후가 어우러져 맛있었다! 두부의 담백한 맛이 싫은 사람도 분명 만족할 것이다. Beans의 유시도후 요리를 꼭 한번 맛 보길 바란다.

이날 투어는 슈리성과 오키나와의 음식문화를 맘껏 즐기며 순식간에 5시간이 지나갔지만, 슈리 주변에는 이 외에도 아와모리 주조공장과 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빈가타 공방, 세계유산인 다마우둔(왕릉) 등 볼거리가 만재하다. 또한, 류큐왕국 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는 녹음이 짙은 긴조초(金城町) 이시다타미미치 (돌길) 산책하기등 그 주변에 있는 카페에서 느긋하게 쉬거나 300년 정도 된 긴조(金城)의 큰 아카기 나무의 기를 받으며 이곳에서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슈리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되어 그 때마다 잿더미 속에서 태어나는 불사조 처럼 되살아났다. 슈리성 소실은 많은 사람들 에게 충격을 준 슬픈 사건이지만 지난 재건 때 얻은 지식과 선인들의 기술을 다음 세대에 계승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슈리를 방문하여 재건이 되기 까지의 역사적인 과정을 눈으로 보고 전하는 것이 슈리성 재건에 큰 공헌이 될 것이다.

개인 여행객도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단체 여행객도 즐길 수 있는 슈리를 이번에는 OIGA의 가이드가 안내해 주었다. OIGA는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영어,중국어, 한국어 통역 가이드가 등록 되어있다. 슈리의 문화와 역사를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통역 가이드 투어는 손님의 희망사항에 따라 천천히 돌아보는 1일 코스 상담과 픽업서비스 등도 운영하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으신 분은 OIGA 홈페이지를 자세히 확인하세요.

홈페이지 링크

오키나와 통역안내사협회 Okinawa Interpreter Guide Association (OIGA)   메일 문의는 이쪽으로(사무국) 부탁드립니다.

슈리성 공원

고도슈리의 카리산환   ※일본어

두부가게 Beans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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