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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게’를 방문하며 역사를 둘러보는 4일간의 여정~【넷째 날】오키나와 사람들이 ‘남긴 것’ 과 ‘남기고 싶은 것’

지금까지 방문한 여러 가게와 공방에서는 자연과 공생하는 류큐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이곳 사람들이 이러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선조들이 물려준 풍부한 자연 덕분일 겁니다.

자연이 남아있는 슈리 마을에서 키운 오키나와의 꿀 : 아라가키 양봉원

슈리성의 슈레이문(守礼門)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옛 슈리의 모습을 간직한 돌길 ‘마다마미치(真珠道)’가 있습니다. 오키나와현의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슈리킨조초 돌길(首里金城町石畳道)’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쇼신왕(尚真王) 시대에 정비된 것으로 국왕의 별저인 ‘시키나엔(識名園)’과 나하항 방면으로 뻗어나가는 아주 중요한 길이었다고 합니다.

슈리성에서 이어지는 이 운치 있는 돌길을 따라 내려가면 주위를 둘러싼 푸른 자연 사이로 나하 거리가 내려다보입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 향기를 따라가면 슈리의 숲에서 벌꿀을 채집하는 <아라가키 양봉원(新垣養蜂園)>이 있습니다.

아라가키 양봉원을 3대째 운영하는 아라가키 쓰토오씨에 의하면 류큐 시대부터 이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자연을 소중히 여겨왔는지 슈리 주변의 풍부한 자연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월도, 이쥬(동백나무과) 등 오키나와와 아마미 제도의 고유종에서 얻은 아라가키 양봉원의 벌꿀은 지금껏 먹어본 적 없는 특유의 맛과 향이 특징입니다. 오키나와에서 자생하는 희귀한 꽃에서 채집한 꿀은 그야말로 오키나와 자연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슈리 왕조 꿀’ 판매 수익의 일부는 슈리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꿀벌들이 채집하는 꿀은 채집 시기(계절)와 장소에 따라 색과 맛, 향기가 달라집니다. 채집된 꿀의 양과 맛, 색깔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아라가키 양봉원은 1954년에 문을 연 이후로 꿀벌과 함께 슈리의 자연환경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아라가키씨는 “꿀벌을 지키는 것이 자연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건강한 숲을 꿈꾸는 아라가키씨는 슈리 마을을 꽃피우는 자연 보호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풍요로운 자연을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아라가키씨의 바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슈리노 하치미츠야 아라가키 양봉원(오키나와)

창업 66년
오키나와현 나하시 슈리킨조정 1-29
MAPCODE :33 161 425*70

※”MAPCODE” are registered trademarks of DENSO Corporation.

아라가키 양봉원(오키나와) *일본어만

채밀(꿀 따기), 밀납초 만들기, 벌침 치료 등의 체험이 가능합니다(유료, 사전예약 필수).

류큐 왕조 시대부터 제사에 바쳐온 ‘콘펜’ : 난토 제과

선조들이 남기고 오키나와 사람들이 이어온 것 중에는 관혼상제 풍습도 있습니다. 류큐 왕조 시대부터 제사에 바치는 공물로써 사용되어 온 전통 과자 ‘콘펜(쿤펜)’은 지금까지도 오키나와의 관혼상제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나하시의 우키시마 거리에 위치한 오래된 과자점 <난토 제과(南島製菓)>의 점원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류큐 왕조 시대에는 160가지나 되는 과자 종류가 있었대요, 그중에서도 류큐 왕국 최고의 무당은 신에게 ‘콘펜’을 바쳤다고 하는데요. 제 생각에 그 많은 과자 중에서 ‘콘펜’을 바친 이유는 오키나와의 작물 중에서 가장 향이 진한 ‘흑참깨’와 ‘흑당’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향이 좋은 과자를 바쳐 진심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도 적어졌지만, 이 ‘콘펜’처럼 문화와 일체화되어 사람들의 일상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들은 지금까지 방문해 온 ‘오래된 가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난토 제과(南島製菓)

창업 85년
오키나와현 나하시 마쓰오 2-11-8 우키시마 거리
MAPCODE :33 157 172*27

※”MAPCODE” are registered trademarks of DENSO Corporation.

난토 제과(南島製菓)

은혜로운 대지와 우리를 잇는 것 : 이쿠토엔

자연에 감사하고 그 기쁨을 표현하는 일.그것은 요리나 음악, 춤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다양한 예술 공예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키나와에서 ‘야치문’ 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느낌의 도자기에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담겨있습니다.

류큐 왕국 시대부터 이어진 오키나와 도자기의 중심지, ‘나하시 쓰보야(壺屋)’에는 지금도 많은 공방이 있습니다. 다양한 도자기를 판매하는 가게가 즐비한 이곳 ‘쓰보야 야치문(도자기) 거리’는 관광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쓰보야야키 가마모토 이쿠토엔(壺屋焼窯元育陶園)>은 ‘쓰보야야키’라 불리는 전통 기술을 이어오고 있는 도자기 공방 중 하나입니다. 현재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6대째 다카에스씨는 선조(線彫) 기법으로 만든 그릇과 전통 시사(獅子, 사자 모양의 오키나와 수호신)를 제작하는 도예가입니다.

다카에스씨에 의하면 종전 후의 황폐한 나하 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부흥시킨 곳이 바로 쓰보야라고 합니다.“종전 후, 미군은 그릇 등의 식기를 만들 수 있는 도공을 가장 먼저 해방시켰습니다. 전쟁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음식을 담을 그릇조차 없었기 때문에 식기를 만들 수 있는 도공들이 먼저 해방되어 이곳에서 다양한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기 위해 점차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시장이 생겨나 지금의 나하 거리가 만들어졌습니다.”다카에스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풍경이 변해도 그곳의 땅과 흙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았던 사람들에게 흙은 희망이 되었습니다. 흙으로 집을 짓고, 논밭을 일궈 먹고 살 양식을 마련하며 그릇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 해왔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오키나와 사람들이 쓰보야의 도자기 그릇을 다시 손에 쥐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아득한 세월에도 변함없는 땅과 계승되어 온 전통이 있기에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을까요.

쓰보야의 도자기는 전쟁 후 폐허가 된 오키나와의 희망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현재, 가게에는 시사 도자기와 다기, 술잔, 접시 등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도자기마다 각각의 표정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만든 이가 하나하나 정성과 진심을 담아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도 공방에서는 다카에스씨와 많은 장인들이 땅과 우리를 이어주는 소중한 도자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쓰보야야키 가마모토 이쿠토엔 본점

창업 약 300년 이상
오키나와현 나하시 쓰보야 1-22-33
MAPCODE :33 158 009*47

※”MAPCODE” are registered trademarks of DENSO Corporation.

IKUTOUEN *영어

~에필로그~ 모든 것을 자연스레 포용하는 ‘오키나와’, 그 시작점에 서다

여행이 끝날 무렵,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오키나와 제일의 성지 ‘세이화우타키(斎場御嶽) ’입니다.

‘세이화우타키’는 류큐 왕국 시대, 왕부가 직접 관할하던 성지로 다양한 의식과 제사가 행해진 곳이며 류큐의 역사를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류큐 왕국의 구스쿠 및 관련 유적’의 하나로 세계 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샌가 신비롭고 장엄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에 산들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와 모든 근심이 사라질 것 같은 맑은 하늘,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싱그러운 숲속의 소리와 파도 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합니다. 그곳에는 아득한 세월과 함께 변화하면서도 묵묵히 이 터를 지켜온 조용한 자연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세이화우타키’에서 느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은 이번 여행에서 만난 오랜 공방과 가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시대와 함께 변화하면서도 변함없이 터를 지켜온 그들의 모습이 ‘세이화우타키’의 조용한 자연과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8월28일 투고
나가도 료코 저
저자는 오키나와에서 두부가게와 천 도매점을 운영하는 집안에 시집을 가게 된 것을 계기로 오키나와 풍습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0년~2015년에는 태국에서 정치경제지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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