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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isine

슈리에서의 하루, 아와모리를 찾아가는 여행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수도, 슈리. 유이레일(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슈리에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슈리’라고 하면 슈리성이 유명하지만, 2019년 10월에 화재로 인하여 슈리성의 세이덴(正殿)이 소실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세이덴  이외의 건물과 성벽을 보기 위해서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슈리에는 슈리성 이외에도 마을 곳곳에 류큐왕국의 자취를 느끼면서 배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이번에 우리는 오키나와에서 예부터 즐겨온 아와모리를 테마로 슈리의 마을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증류주로 아와모리가 알려지게 된 것은 류큐왕국 시대의 황금기 때, 여러 지역과 교역을 했던 역사적인 배경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 아와모리의 제조법은 같은 성분에서 술을 생산하는 시암 왕국(현재의 태국)과의 무역을 통해 15세기 후반에 도입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와모리 생산은 류큐왕부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되어 국내에서는 상류 계층만이 아와모리를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아와모리는 교역처로 보내는 선물로 애용될 뿐만 아니라 인기 수출 제품으로도 거액의 이익을 가져왔다. 슈리는 이러한 아와모리가 탄생한 장소로 류큐왕국 정부의 중심지인데다 수자원이 풍부하여 아와모리 생산 중심지로 이상적인 장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슈리에서 예로부터 아와모리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오늘날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아와모리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다.

600년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의 전통주

나는 아와모리의 맛을 보면 바로 아와모리의 팬이 되어버릴 것 같았지만, 이렇게 맛보기 전에 어떤 과정을 거쳐 아와모리가 제조되는지 알고 싶었다. 취재 방문을 허가 받은 즈이센 주조는 류큐왕국 시대에 아와모리의 생산을 허가 받은 세 지역 중 하나인 사키야마에 있다. 1887년에 설립된 즈이센 주조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 중의 하나로, 아와모리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싶다면 이곳이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방문객 센터에서 약 한 시간 정도면 아와모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제조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약 600년 전 최초로 아와모리가 만들어져 정착한 이래 아와모리의 제조 방법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숙성기간이 길면 길수록 아와모리의 품질은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 즈이센 주조에서는 다양한 숙성품을 시음할 수 있다. 3년 이상 숙성된 것은 ‘구스’라고 불리는데, 즈이센 주조에서는 3, 4종류의 구스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내가 가장 먼저 시음한 ‘청룡’은 부드러운 단맛이 있어 마시기 편했다. 대표 상품이기도 한 10년 숙성시킨 ‘즈이센 King Crown’도 고급스러운 맛으로 생각보다 마시기 편했고, 또 아와모리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제 2차 세계 대전 중 오키나와 전투로 슈리도 파괴된 상태였기 때문에 흑누룩균도 박멸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흑누룩균의 균주를 사용해 부활시킨 ‘우사키’도 마셔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전쟁 전, 도쿄대학의 교수가 채취한 흑누룩균이 보관되어 있어서 이 술을 부활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우사키’는 현재, 판매금 전부를 슈리성 재건 지원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시음을 해 보니 아와모리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임에도 불구하고 숙성으로 인해 부드럽고 마시기 쉽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증류주의 개념을 뒤집는 느낌이었다.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된 옛 길

시음해 본 아와모리의 부드러운 맛의 여운을 느끼면서, 슈리 마을을 산책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즈이센 주조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긴조초 이시다타미미치 (돌길)이 있다. 류큐왕국 시대에 슈리성과 남부를 잇는 중요한 도로였던 이 길은 지금도 석회암으로 포장된 분위기 있는 옛 길로, 당시 마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긴조초 이시다타미미치 (돌길)이 ‘일본의 길 100선’에 선정된 이유도 납득이 간다.

길 양 옆으로 늘어선 돌담 너머로 고택 등을 엿보면서 옛 이시다다미 길을 걷다 보면 시선을 끄는 샛길을 만나게 된다.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우타키가 있고, 200년이나 된 거대한 아카기 나무가 우뚝 솟아있는 공간과 만나게 된다. 녹음이 우거진 공간은 실로 장엄하여 나무들의 윤곽에서 자연의 신비와 신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이와 같은 자연 안에 영적인 것이 깃든다고 하여 기도의 장소가 된 우타키가 곳곳에 있는데, 실제로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와모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낙원과 같은 곳

다음은 아와모리관으로 갈 차례이다. 이 곳은 오키나와 현 내 총 48개의 주조소의 200개의 브랜드, 1000종류 이상의 아와모리를 전시 및 판매뿐만 아니라 시음도 할 수 있어, 아와모리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 아와모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이다. 미야기 아키요시 관장은 아와모리관을 단순한 저장고가 아니라 35년 이상의 희소가치가 있는 옛 술 등, 고급 아와모리를 알리는 장소로 만들어 아와모리 문화를 드높인다는 사명을 내걸고 있다. 구입뿐만 아니라 시음을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숙성된 위스키처럼, 애호가들이 아와모리를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비전은 매우 흥미로웠다.

궁중 사람처럼 아와모리와 즐기는 식사

시음을 통해 아오모리에 대해서 배워 봤는데, 아와모리를 한 층 더 즐기기 위해서는 역시 식사와 함께 해야 한다. 그럼 아와모리가 더욱 맛있어진다. 조금 전에 방문한 이시다타미미치(돌길)에서 분위기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수이둔치(首里殿内)’라는 레스토랑을 본 것이 기억나 그곳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탁 트인 밖을 보며 잉어를 감상할 수도 있어 분위기가 매우 좋다. 마치 식사를 하기 위하여 몇 세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겉보기에는 낡은 류큐 가옥으로 보이지만, 건물 자체는 불과 10년 전에 지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류큐왕국의 전성기에 관리나 관료가 자주 방문하는 장소와 같은 스타일로 재현했다고 한다. 추천메뉴는 10종류의 메뉴를 즐길 수 있는 전통 오키나와 요리. 현지 식재료만 사용하고 있고, 대표 메뉴는 최고품질의 아구 돼지고기인데, 최고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자체 돼지 사육 시설까지 있다고 한다. 아와모리 잔으로 맛 보며 최고의 식체험을 할 수 있는 데다 자료관도 있어서 아와모리와 민속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와모리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하루종일 시간을 쏟아 피곤하지만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되돌아보고 만족하는 나를 발견했다. 매력적인 거리, 절묘한 음식과 아와모리라는 음료의 밀접한 관계. 이것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다시 슈리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1월 14일 투고

스티브 저비스 저(著)
스티브 저비스는 오랫동안 일본 각지에서 생활했고 최근에 오키나와로 이주하였다.

관련 링크

Zuisen Distillery *영어만

Awamori-Kan *일본어만

Sui Dunchi *일본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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